청소년 술집 출입 수법 '똑똑해진다'

2011. 3.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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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한 호프집. 밤늦은 시각 양복을 차려입은 남성 3명이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앳된 얼굴. 호프집 주인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그러자 일행은 '㈜○○'라고 적힌 사원증을 내밀었다. 당연히 회사 동료라고 생각했다. '신입사원이라 어려보이나' 하는 생각만 잠깐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술 파티. 호프집 주인은 이 일행이 10대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며칠 뒤 호프집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혐의. 벌금 50만원, 영업정지 2개월을 받았다.

호프집 주인은 "사원증을 보여주기에 당연히 회사원인줄 알았다"며 "어떻게 보면 나도 피해자인데 오히려 처벌을 받게 돼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지만 때는 늦었다.

술집을 들어가기 위한 청소년들의 수법이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형, 누나들의 주민등록증을 빌리는 수준을 넘어서 공문서 위조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주류제공 행위(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로 행정처분(영업정지 2개월)을 받은 곳은 모두 88곳(흥덕구 55곳, 상당구 33곳). 올해 들어서도 26곳(흥덕구 11곳, 상당구 15곳)이 적발돼 문을 닫았다.

해당 업주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신분증 위·변조 실력이 날로 발전(?)해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흥덕구 산남동 모 주점 역시 얼마 전 영업정지 2개월을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술을 판매한 혐의다. 이 학생은 친형의 주민등록증을 변조했다.

문구용 칼을 이용, '93'으로 시작하는 앞자리의 '3'을 긁어낸 뒤 문제집에 인쇄된 바코드 0의 비닐부분을 벗겨 붙였다. 떨어지지 않게 코팅처리까지 했다. 순식간에 술집 출입이 허용되는 90년생(올해의 경우 92년생 이상)으로 둔갑한 것이다.

해당 업주는 변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결국 벌금형과 영업정지를 받았다. 구청을 방문, "영업정지만은 피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같은 업주들의 막대한 영업 손실에 반해 공문서 위·변조까지 한 청소년들은 언제나 솜방망이 처벌이다. 해당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상습적으로 술집을 출입하는 청소년일수록 증거인멸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단속 기관의 설명. 위·변조한 신분증을 몇 차례만 사용한 뒤 곧바로 버린다는 것이다. 술을 마신 행위도 특별한 처벌 근거가 없어 훈방 조치로 끝나고 만다.

청주시 관계자는 "적발된 업주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물론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한 행위는 잘못됐지만, 공문서까지 위조하면서 술집을 출입하는 청소년들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충북일보 임장규기자/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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